Ep.8 < 하울의 움직이는 성, 재밌게 보려면(2) >
하울의 움직이는 성 - 아름다운 망상의 세계로 떠나며
지브리를 향한 애정으로 다시 바라본 걸작
안녕하세요! '세상을 리뷰하다' 시네오쿠입니다. 지난번에 이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더 재밌게 보려면 비하인드와 떡밥의 의미를 알아야겠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중 하나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블루레이, 서적, 기사, 인터뷰 등을 다시금 살펴보며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을 되짚어보았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이 아름다운 망상의 세계로 들어가 보시죠!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제작 비화
1. 미야자키 하야오와 원작 소설
이 작품은 다이애나 윈 존스가 쓴 원작 판타지 소설 마법사 하울과 불의 악마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원래 미야자키 하야오(이하 미야 감독)가 감독을 맡을 예정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디지몬 어드벤처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기용되었지만, 지브리의 제작 방식과 맞지 않아 결국 하차하게 됩니다. 이후 미야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으며 현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탄생하게 되었죠.
2.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 차이
미야 감독은 보통 한 컷당 4~5초의 화면을 사용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한 컷당 8초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의 길이가 두 배로 늘어날 위기에 처했고, 제작 도중 컷을 줄이며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느긋한 전반부와 급진적인 전개감을 보여주는 후반부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3. 미야자키 하야오의 독특한 제작 방식
미야 감독은 시나리오 없이 콘티를 그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하나의 방향으로 쉽게 수렴되지 않았죠. 이를 해결해준 장면이 바로 소피와 황야의 마녀가 왕궁의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원래는 소피가 황야의 마녀에게 손을 내미는 설정이었으나, 애니메이터 오츠카 신지가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경쟁하듯 계단을 오르는 장면으로 바꾸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상징과 의미
1. 하울과 캘시퍼의 계약
어린 하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의 아이를 잡아 자신의 심장을 주며 계약을 맺습니다. 이 장면은 영화 속에서는 짧게 지나가지만, 원작에서는 더욱 명확하게 설명됩니다. 원래 하울은 강한 마력을 얻기 위해 별의 아이를 잡으려 했고, 별의 아이는 소멸을 피하고 싶어 계약을 맺게 된 것이죠. 이 계약을 해제하려면 제3자인 소피가 그 비밀을 밝혀야 했기에, 캘시퍼는 계속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2. 하울이 여성들의 심장을 빼앗는다는 소문
작품 초반, 사람들은 하울이 여자의 심장을 빼앗는다고 수군거립니다. 하지만 사실 하울은 심장을 빼앗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심장을 캘시퍼에게 주었기에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여성들이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3. 황야의 마녀와 하울의 관계
황야의 마녀는 하울을 집착적으로 쫓고 있으며, 그녀가 한때는 매우 아름다운 존재였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쿄 미타카 지브리 미술관에서만 상영된 하울의 사이드 스토리: 별을 산 날에서 젊은 황야의 마녀와 하울의 어린 시절이 등장합니다. 이 작품에서 그녀는 하울의 동정을 빼앗았다는 암시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죠.
4. 소피의 저주와 성장
황야의 마녀가 소피에게 걸었던 저주는 단순히 그녀를 늙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소피의 정신 상태와 자아 인식이 외모에 반영되는 저주였습니다. 소피는 자신을 예쁘지 않다고 여기며 자학적인 태도를 가졌기에 노파로 변한 것이죠. 하지만 자신감을 얻고 솔직해질 때마다 다시 젊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속 예술적 연출
1. 스텝맘에서 영감을 받은 소피와 황야의 마녀 관계
작품 속에서 황야의 마녀는 소피와 점점 가까워지며 마치 가족처럼 변해갑니다. 이는 영화 스텝맘에서 새엄마와 친엄마가 화해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화풍과 유사한 성의 붕괴 장면
영화 후반부, 하울의 성이 붕괴되고 일부만 남아 떠다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작품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을 연상시키는 구도입니다.
3.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속 공중을 걷는 사랑
하울과 소피가 공중을 걷는 장면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시타와 파즈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 미래소년 코난에서 코난이 라나를 안고 달리는 장면과 유사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미야 감독은 남녀의 만남을 이런 방식으로 자주 표현해왔죠.
마무리하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남긴 것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단순한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라, 성장과 자기 인식,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즉흥적인 연출 방식과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지며,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여러 번 다시 봤을 때,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면 그만큼 숨겨진 의미가 많다는 것이겠죠. 여러분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혹시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